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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식은 이미 시장에서 통했어" 성공에 도취하는 순간 실패의 길 걷는다

[Leadership Lesson]

'실패학' 大家 시드니 핑켈스타인 美 다트머스대 교수

실패 리더십… 큰 성공 거뒀던 소니·모토로라 왜 추락했을까? 자만했기 때문


▶원문 바로가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30/2016123001144.html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대학도 졸업 못 한 낙오자가 됐을 것이다. 폐쇄적인 사회 시스템에 묻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게 뻔하다."

 

'실패학'의 대가이자 '수퍼보스'의 창시자인 시드니 핑켈스타인(Finkelstein· 58)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지 못하는 한국 경제는 조만간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이제는 기업가 정신과 창의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청년이 공무원 혹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꿈인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두 가지 위기 요인을 안고 있다. 인구 고령화수출 중심 경제구조. 이 두 가지 요인이 앞으로 한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큰 장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업과 구직자들은 리스크를 피하려고만 해서 매우 안타깝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201610 6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위클리비즈 10주년 기념 경제·경영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강연이 끝난 후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과 인터뷰 형식의 대담을 가졌다. 핑켈스타인 교수는 대담 내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무능해서가 아니라 확신에 사로잡혀 변화할 생각이 없는 지도자가 결국 실패한다"고 말했다.


 

Q. 성공이 아닌 실패 리더십을 연구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성공 원인에 대해서만 얘기할 뿐 실패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흔히 '실패로부터 배운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실패를 연구한 사례는 거의 없다. 사실 실패한 원인을 파고들다 보면 성공을 위한 아이디어가 더 많이 떠오르는데도 말이다."

 

Q. 실패한 리더들이 뭐라고 말하던가.

 

"기업마다 실패 원인이 각기 다르지만, 공통된 요인이 하나 있었다. 초기 성공에 대해 자만했기 때문이다. 실패한 기업들은 보통 상당한 규모의 성과를 거뒀던 과거가 있다. 예를 들어 소니, 모토로라, 존슨앤드존슨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추락하기 전까지 큰 성공을 거뒀다.

 

이미 성공을 맛본 경영자는 자신의 전략과 결과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시장의 변화를 무시하기 쉽다. 이런 태도는 새로운 학습을 방해하고 '내 방식은 시장에서 이미 먹혔다'라는 식의 자아도취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으며, 더 무서운 속도로 경쟁자가 등장한다. 잠시 방심한 틈에 기업은 그간 쌓아온 공로가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다. 이 때문에 크게 성공한 기업은 많아도, 장기간 명맥을 이어가는 기업은 드문 것이다. 지식이 부족해서 실패했다고 말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오만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성공은 어떻게 보면 실패에 대한 '잠재적 경고'라고 볼 수 있다."

 

Q. 경각심을 가지고 일해도 실패할 수 있다. 실패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간단하다. 다시 일어서면 된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사실 성공의 열매를 얻기 위해선 반드시 여러 번 실패해야 한다. 많이 실패할수록 성공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Q. 최근 한국의 벤처 1세대를 만났는데, 그들은 '때를 잘못 만났다'고 말했다. 너무 이르게 비즈니스를 시작한 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물론 때가 맞지 않았을 수 있다. 늦으면 큰 문제지만, 너무 일찍 일을 도모한 것도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빠르게 실패한 그들은 그만큼 남들보다 앞서 배운 교훈이 있을 것이다. 위기를 피하기 위해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고, 자금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경제 상황을 어떻게 예측할지, 정부의 정책이 어떤 영향을 줄지,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중요한 경영 원칙을 체득했을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실패는 가치 있는 성공의 과정이다.

 

솔직히 말해서 '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차라리 '너무 일을 일찍 시작해서 실패했다'는 건 좋은 징조다. '시기가 늦어서' 실패한 것보다 앞으로 가능성이 있지 않나. 그 당시 배운 교훈을 앞으로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된다."

 

Q. 그러나 한국에서는 패자부활전이 허용되지 않는다. 경영진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의 기업문화가 미국과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한 나라의 경제 발전을 책임지는 것은 몇 개의 대기업이 아니라 수천, 수만 명의 기업가 정신이다. 이들의 기업가 정신이 힘을 합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엔진이 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고, 모두가 그곳의 직원이 되려고만 한다. 누구든 제2의 삼성, 2의 현대 같은 대기업을 일굴 수 있다는 꿈을 꾸는 환경이 조성되어야지 그 나라의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만약 한국의 은행원, 벤처캐피털리스트, 혹은 부유한 개인이 '실패한 기업인'에게 다시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면, 기업가 정신이 어떻게 성장하겠나.

 

더군다나 요즘은 글로벌 시대다. 아이디어가 있는 한국인이 굳이 한국에서만 비즈니스 하라는 법이 어디에 있나. 훌륭한 인재라면 실리콘 밸리 등에서도 충분히 인정받고, 기회를 얻을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가 조성되지 않는 이상 한국의 경제 발전도 어려울 것이다."

 

Q. 한국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를 앞두고 있다. 고령화와 수출 중심 경제는 앞으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큰 장애가 될 것이다. 기업가 정신과 창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하지만 한국 기업문화는 단점이 많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뭘 할 수 있었겠나. 아마 대학도 졸업 못 한 낙오자가 됐을 거다. 시스템에 묻혀서 아무런 시도도 못 했을 상황이 뻔하다.

 

이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많다. 가장 먼저 창업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창업은 기업에 취직하지 못한 사람의 두 번째 선택이 아니라 모든 훌륭한 인재가 꿈꾸는 일이 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창업을 위한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을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의 교육열은 상당하지만, 정작 필요한 기술은 배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오게 된다."

 

▲ 시드니 핑켈스타인 교수는 뛰어난 경영자의 가장 큰 특징으로 남들과 다른 채용 관점을 꼽았다. 그는랠프 로런 등 뛰어난 경영자는 통상적 범위 내에서 사람을 채용한다는 원칙을 깨버린다. 유관 경력이 없어도 적합한 인재를 발견하면 언제든지 채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 위클리비즈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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