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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이 닥쳤을 때 흔들리지 않는 힘은 '순간에 집중하는 심리기술' 연마에 달렸다

 

[Managing Yourself]

美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스포츠 심리학자조너선 페이더 박사

스즈키 이치로의 30년 수행법가능한 목표를 반복해서 상기하라

 

[원문 바로가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6/2017010601632.html?main_hot2

 

2016 8 8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는 5만여 관중의 함성으로 꽉 찼다.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경기가 7회 초로 접어들었다. 동양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앞서 세 번의 타석은 무안타였다. 그의 동작은 전과 다름없었다. 배트를 수직으로 크게 휘두른 뒤, 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배트를 세웠다. 앞을 똑바로 응시하며 왼손으로 오른팔 소매를 두어 번 당겼다.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3루타. 스즈키 이치로(43)의 메이저리그 통산 3000번째 안타였다.

 

성적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는 스포츠 세계에서 최고의 선수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다스릴까. 미국 메이저리그 팀 뉴욕 메츠와 미식축구팀 뉴욕 자이언츠의 스포츠 심리학자인 조너선 페이더(Fader) 박사 "최고의 선수와 평범한 선수의 가장 큰 차이는 순간에 집중하고 경험에 몰입할 줄 아는 심리 기술에 있다"고 했다. 그가 이를 대담함을 타고난 선수들의 뚝심 정도로 보지 않고 '기술(skill)'로 부르는 것은 누구나 반복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치로 역시 수행자처럼 루틴(routine)을 지키는 선수로 유명하다. 매일 같은 시각 일어나고, 같은 순서로 연습한다. 경기 시작 5시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한다. 스타디움에 늘 같은 발로 들어선다. 대기할 때는 같은 동작과 순서로 몸을 푼다. 야구 인생 30년의 이런 습관들이 그를 타석에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신경의 소유자로 만든다는 얘기다. 이치로는 작년 메이저리그 통산 3030안타, ·일 통산 4308안타를 기록했다.

 

페이더 박사는 야구, 테니스, 미식축구 등 운동선수의 심리 기술 훈련법을 헤지펀드 매니저, 사업가, 음악가에게 적용했다. 그리고 2015년 그 훈련법을 담은 '단단해지는 연습(원제 Life as Sport)'이란 책을 펴냈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짧게 깎은 금발에 건장한 체격이 마치 운동선수 같았다.

 


1. 최고의 선수들은 무엇이 다른가

 

"목표를 향한 열정에 충실하며 확고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6개 팀에서 활약했던 우익수 데이브 윈필드는 내게 뉴욕 양키스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캐나다 토론토 경기장에서 연습 투구한 공이 갈매기에게 맞았다. 갈매기는 즉사했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관중은 새처럼 팔을 퍼덕이며 데이브에게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데이브는 흔들리지 않고 더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관중에게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오기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2. 타고난 성품에 따라 다른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수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연의 위협에 놓였다. 그 때문에 우리 뇌는 늘 부정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근육처럼 꾸준한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보통은 감정에 따라 행동이 나타난다고들 알고 있지만 특정한 행동이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감정보다는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 더 쉽다. 그렇기에 각자에게 '가장 안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만들어 꾸준히 연습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3. 어떻게 연습하면 되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목표를 이뤄가는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변화를 왜 원하는지, 그와 관련된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게 도와준다. 한 타자는 타율이 매우 낮았는데, 타석에 설 때마다 '안타를 쳐야 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집중력을 잃곤 했다. 우리는 '타율 높이기'를 목표로 한 로드맵을 함께 그려 해법을 찾기로 했다. 안타를 쳐야겠다는 압박이 느껴질 때는 호흡 훈련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도록 했다. 몇 주 후 그의 타율은 껑충 뛰었다."

 

4. 계획대로 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실수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실수가 곧장 다른 실수로 이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오랜 슬럼프에 빠졌던 한 내야수는 매번 타석에 설 때마다 '장외 홈런을 날려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과도한 목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그에게 '32, 315, 295'처럼 자신이 예전에 기록했던 높은 성적을 되뇌도록 했다. 그는 자신이 이뤄 본 타율을 차츰 회복했고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5. 운동선수처럼 자신만의 '루틴'을 만드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미신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미신의 일종일 수 있다. 그렇지만 '목적이 분명한' 미신이라는 점이 다르다. 한 베테랑 투수는 부정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루틴을 활용해 극복했다. 타자에게 안타를 맞으면 주심이나 포수에게 새 공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알파벳을 거꾸로 세면서 글러브 안에서 손으로 공을 이리저리 돌렸다. 손끝으로 공 표면과 실밥의 감촉까지 모두 느낀 뒤에야 다음 투구를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호흡이 가라앉아 투구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것이 내가 말하는 루틴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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